피터의 편지

하나님을 인식하는 기쁨이 석류즙처럼 터져 나오게 된다면

작성자
Peter
작성일
2021-08-05 14:16
조회
55

부산에 사는 부모들을 중심으로 아가서를 공부한 지 4년 반 만에 7장을 마치고 8장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1~7장까지도 마찬가지지만, 아가서 8장에서는 신랑과 신부의 완전한 연합, 사랑의 본질과 위력 및 아름다움과 기쁨이 강렬한 시적 언어로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낮은울타리 4기 사역의 역사는 매우 이상한 모습으로 부산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해운대 근처 S교회에서 ‘왕의 자녀’ 파트장으로부터 부모 사역 위해 매주 내려와 줄 수 있느냐고 부탁받았을 때 나 자신도 가능할까 싶었지만, 마음에 결단을 내린 뒤 토요일마다 서울역에서 케이티엑스를 타기 시작했고, 1년 반쯤 지나자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교육관 넓은 방이 가득 차도록 부산 각처에서 부모들이 모여들어 평생 사역을 제대로 전수해 주리라 결심할 무렵, 담당 부목사가 오더니 갑자기 담임 목사님이 그만두랜다고, 왜 그만두래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다음 주부터 학교를 폐쇄하라고…, 밑도 끝도 없이 당장 그만두라는 말에 기분이 상했지만 부산이 고향도 아닌데 그만두라면 그만두지 뭐, 그런데 나보다 더 충격받은 학부모들이 큰 아파트 가진 권사님 계시니 거기서라도 준비했던 것 마저 해 달라고….

여인 중에 어여쁜 자야 네가 알지 못하겠거든 양 떼의 발자취를 따라 목자들의 장막 곁에서 너의 염소 새끼를 먹일지니라.아가 1:8

기분 상한 김에 그만두는 게 순리였지만, 차마 그럴 순 없어, 그렇다면 복음과 회복과 문화사역이 융합된 부모 교육을 제대로 해 보자. 그래서 시작한 게 부모 통찰력 학교와 어린이 문화 학교 JPA였고, 부모 흠스·틴즈 흠스·키즈 흠스 등의 회복사역, 그에 앞서 복음사역의 일환으로 CCC 출신의 최 목사님 교재로 아가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가서 8장은 성경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미스터리 하면서도 계시적인 장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의 술람미는 성숙한 신부, 인식의 절정에 이른 마지막 때 신부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지막 때의 신부 모습입니다.

참 하나님의 역사하심은 오묘합니다. 사십 년 전 청주에서 단 삼 일 만에 떼었던 아가서를 부산에서 5년간이나 내 입으로 다시 전달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1장부터 7장까지는 정말 긴 여정이었지요.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술람미는 이복 오빠들 대신 뙤약볕에 포도원을 가꾸던 시골 처녀였습니다. 그녀가 솔로몬 왕을 만나 아름다운 신부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아가서입니다. 1장부터 7장을 지나 8장에 들어서면 신부는 신랑을 오라비로 부르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부활의 영광에까지 이끌어 주시는 신랑의 사랑에 기쁨을 가누지 못하며 영적 역동성의 노래를 힘차게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네가 내 어머니의 젖을 먹은 오라비 같았더라면 내가 밖에서 너를 만날 때에 입을 맞추어도 나를 업신여길 자가 없었을 것이라. 내가 너를 이끌어 내 어머니 집에 들이고 네게서 교훈을 받았으리라 나는 향기로운 술 곧 석류즙으로 네게 마시게 하겠고 너는 왼팔로는 내 머리를 고이고 오른손으로는 나를 안았으리라.아가 8:1~3

신부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신랑을 이끄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물론, 신랑이 먼저 이끌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신랑이신 주님을 어미의 집으로 이끌어 영적 자녀를 낳게 되는 구속사의 신비함이 코로나로 시작된 줌ZOOM을 통해 서울 부산 대구 시드니 필라델피아 LA까지 이어지게 된 것은 기막힌 섭리라고 할 수밖에…. 비록 소수지만 누이가 된 신부를 통해 신랑 예수의 음성을 듣게 하시고, 충만한 영적 지각력으로 날마다 침실에 들어가는 신부들, 즉 우리를 향한 약속의 말씀이 아가서를 통해 야다עדי,yada화 되자 자녀를 제대로 양육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이 기대 이상으로 즐거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왕이 나를 그의 방으로 이끌어 들이시니 너는 나를 인도하라. 우리가 너를 따라 달려가리라.

아가서 1장 4절에서는 신랑이 신부를 이끌었는데, 8장 2절에서는 신부가 신랑을 이끌고 있으니 기독교가 종교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낮은울타리 사역 33년 동안 참 많은 곡절을 겪었습니다. 좋은 추억도 쌓였고 슬픈 추억도 쌓였습니다. 그중 힘든 것 하나가 권위주의와 교만함입니다. 마치 자기가 잘나 성공한 것처럼 큰소리치고 마음에 안 들면 쫓아내고 절대로 건물 안 빌려주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속으로 많이 울어야 했습니다.

내 영혼을 옥에서 이끌어 내사 주의 이름을 감사하게 하소서. 주께서 나에게 갚아 주시리니 의인들이 나를 두르리이다.시편 142:7

8장 2절에, 술에서 향기가 난다는 표현은 아가서만의 특징으로 마리아가 예수님의 머리에 붓던 지극히 비싼 향유 곧, 나드 한 근이 떠오르게 합니다. 아가서를 보면 신랑인 주님은 신부에게서 향기가 난다고 여러 번 칭찬하셨지요.(전부 주님에게서 나온 향기인데도 말입니다) 내 누이, 내 신부야 네 사랑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네 사랑은 포도주보다 진하고 네 기름의 향기는 각양 향품보다 향기롭구나.아가 4:10 바울도 고린도 교인을 향해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향기)가 난다고 쓴 건 정말 감동입니다. 빌립보나 서머나도 아니고 고린도 교회에 그 말을 하다니… 오늘 고린도 교인 같은 나에게서도 주님을 야다로 아는 냄새,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변증하는) 신부의 모습이 나타나기를….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고린도후서 2:14~16

“다음 주부터 이 강의는 없어집니다.”

“네에?”

“위에서 내려온 지시니까 그리 알고 이번 주로 마감하세요.”

“누구의 지시입니까?” “그건 알 필요 없고…”

“제가 서울서 일 년 반이나 매주 내려와 봉사했는데 말 한마디로 그만두라니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

“제가 담임 목사님을 만나 왜 그런지 여쭤봐도 될까요?”

“안 됩니다.” “안 되다니요?”

“그럼 선교사님이 다치십니다.”

“다치다니?”

그게 다입니다. 이상한 이야기 같지만 그렇게 해서 쥐꼬리만 한 사례 받고 그 먼 길을 갔던 게 하루아침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대안 없이 문제점만 지적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란 듯이 자녀 양육의 모델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매주 천 리 길 오가면서 4기 사역의 기초를 만들어 낼 즈음 노점상 내쫓듯 그만두라니… 나보다 함께 훈련받던 학부모들 마음이 더 상한 것 같았습니다. 뭔가 따지고 싶었지만, 주님의 뜻이라면 조용히 물러나는 게 옳다 싶어 부산 사역을 접으려는데 이렇게 중단하면 안 된다고, 우리 아이들 살게 해 달라고 눈물 어린 부탁을 하는 바람에 마음을 고쳐먹게 된 것입니다.

나는 향기로운 술 곧 석류즙으로 네게 마시게 하겠고….아가 8:2

아가서 8장 2절에 나오는 향기로운 술은 합환주를 의미하는데, 합환주란 신랑 예수의 기쁨과 신부인 우리의 기쁨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술이지요. 신부가 어미의 집에서 새 생명을 잉태하여 낳게 되고 풍부한 젖으로 양육하자 신랑이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나타내고 있네요. 신랑이 신부와 합환주를 마심으로 동역자로서의 기쁨을 표시해 주시는 모습은 상처받은 영혼에 이슬과 같습니다.

부산은 영적으로 참 척박한 곳입니다. 기독교 인구도 적을 뿐 아니라 지역 특성상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외부인에게 배타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중단의 위기 등 우여곡절 끝에 낮은울타리 사역의 모델이 만들어진 과정은 노랑나비나 잠자리 변태變態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젯밤에도 NCS라는 변증 학교를 줌ZOOM으로 진행하는데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잘 따라오는지 감격을 하고 말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내가 평생 사단 얘기와 뉴 에이지 얘기만 하고 다니는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부산 사역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척박하기 그지없는 곳에서 복음·회복·문화사역을 융합하여 다음 세대 양육의 기초를 쌓아 가고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 내는 걸 본다면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발 어느 큰 교회나 선교 단체가 이 사역을 체계화해 보급한다면 가정을 회복하고 다음 세대 살리는 일에 파란이 일어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술 곧 석류즙으로 네게 마시게 하겠고….아가 8:2

그래요. 주님과 합환주를 마시면 됐지, 사람이 알아주고 안 알아주고가 무슨 문제겠어요. 이 세상 모든 사역은 신부인 내 것이 아니라 신랑이신 주님 것임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겠지요. 혹 석류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동안 아가서에서는 석류가 여러 번 나왔었지요.

너울 속의 네 뺨은 석류 한쪽 같구나.아가 4:3 네게서 나는 것은 석류나무 같구나.아가 4:13 너울 속의 네 뺨은 석류 한쪽 같구나.아가 6:7 석류나무가 꽃이 피었는가.아가 6:11

그 옛날부터 석류 열매는 루비를 담은 주머니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빛과 뛰어난 맛, 향을 지니고 있어 고급술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답니다. 때문에 당시 유대 상류 사회에서는 혼례식에서 신랑 신부가 석류즙을 나눠 마시는 관습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를 보면 술람미 여인이 신랑인 솔로몬에게 얼마나 귀한 것을 대접하고 싶어 했으며, 또 이를 함께 마심으로써 깊고 진한 사랑의 교제를 나누고 싶어 했는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성숙할 대로 성숙해진 술람미 신부는 신랑이자 오라비 솔로몬이 이 석류즙을 마시고 환희와 기쁨 속에서 자신을 깊은 포옹으로 사랑해 주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몰약의 즙이 내 손가락에서 문빗장에 떨어지는구나.아가 5:5

서울 관악구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매주 내려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몰약 같은 그 먼 길을 오가며 주님이 주신 사역을 전수하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처음엔 뭔 얘긴지 몰라 모이는 사람도 적었고 좋다 안 좋다 반응도 없어 기운 빠지기도 했는데 어느 날부터 부산 이곳저곳서 자녀 가진 부모들이 모여들어 본격적으로 사역을 펼치려는 순간, “너 나가, 그만해”가 된 것입니다. 당회장실로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한 다음 정리 기간을 두어 은혜롭게 떠나보내도 될 텐데 담당 부목사의 일방 통지로 쫓겨나다시피 했을 때 나는 기가 막혀 한동안 말을 못할 정도였습니다. 왜 그랬을까는 지금도 모릅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나뿐 아니라 다른 사역자들 모두 그런 식으로 그만두게 했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참 배타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이지요.

아무튼 전보다 참가자는 줄었지만, 자식 살리겠다는 열심만은 뜨거운 부모들 간청으로 또다시 먼 길을 오가게 되었을 때 내가 내민 것은 소박하게 프린트된 아가서 교재였습니다. 그게 하나님의 섭리였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가서를 공부하면서 모인 사람 모두 술람미 신부라는 동질의식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황령산에서의 가족 캠프, 거제도에서의 가족 엠티, 양산에 있는 대학 캠퍼스 빌린 가족 수련회, 부모 흠스·틴즈 흠스·키즈 흠스, 지저스 파워 아카데미, 낮은울타리 변증력 학교 등 크고 작은 사역을 부산에서 이어갈 수 있게 된 것, 참 감사한 일이었지요. 누군가 모함을 했는지 하루아침에 나가라는 말 들었을 때 ‘여기가 내 아버지 집인데 어딜 가라는 거지?’ 했던 건 기가 막힐 일이었지만 광야에 쫓겨 나가서도 차세대 사역 모델을 만들어 가도록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나는 향기로운 술 곧 석류즙으로 네게 마시게 하겠고….아가 8:2

사실 이 부분은 그리 낭만적인 내용만은 아닙니다. 석류즙이나 포도즙을 마시게 하려면 먼저 씨를 심어 나무가 자라야 하고, 그 나무에 꽃이 피어야 하며, 열매가 열린 다음엔 그 열매가 제대로 익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열매를 찧은 뒤 엄청난 힘으로 짜내야 비로소 향기로운 즙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성경 방식대로 말한다면 절구 같은 기구에 넣어 잘게 부순 뒤 단단한 틀에 넣고 눌러야 즙이 흘러내리듯이 쫓겨남과 무시당함과 무관심과 푸대접, 아니 그보다 온몸이 깨지는 듯한 환난과 시련과 핍박,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을 올바로 인식Recognize하게 되면 하나님의 영광을 찬송하는 기쁨이 석류즙처럼 터져 나오게 된다는 걸 술람미 신부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월간 낮은울타리 2021년 8월호 편집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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