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편지

지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작성자
Peter
작성일
2014-09-25 10:05
조회
579

새뮤얼 아브스만이라는

하버드대 정량사회과학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0년 보스톤 글로브에

<경고:여러분은 낡은 현실에서 살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써서 스타가 된 과학자입니다.

 

이 사람이 <지식의 반감기>라는 책을 써냈는데 책의 핵심 주제는

<지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라는 것입니다.

 

우라늄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에 반감기半減期가 있듯이 이 세상 모든 지식에도

반감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50년간 발표된 간 질환 관련 논문 500여편을 가지고 프랑스 연구진이 연구했는데

45년이 지나니까 관련 논문의 반 정도가 오류로 밝혀지거나 낡은 지식으로 변했음을 밝혀냈다는 것입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인간의 유전자 개수는 46개. 메모리얼 슬론-캐터링 암 연구소에서 이를 밝혀냈지요.

하지만 불과 60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유전자는 48개로 정의됐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화석 발굴이 한창이던 1879년, 오스니엘 마시는 브론토사우르스의 화석을 발견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발표하지만 실수를 깨닫고 수 십 년 후 이를 아파토 사우르스로 정정합니다.

그의 실수로 오랜 세월 대중은 잘못된 정보를 지식으로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백악기 이후 멸종됐다고 믿었던 실러캔스가 여전히 인도양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으며, 태양계의 행성이라고 배웠던 명왕성이 사실상 불규칙한 궤도를 지니고 있어 태양계 행성이 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지식이 일정한 속도로 반감되지는 않습니다.

학문을 연구한 논문에 담긴 진실이 붕괴되는 양상을 파악하려면 그 분야의 평균적인 논문이

더는 인용되지 않을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하면 되고

도서관의 장서는 쓸 데없이 자리나 차지하고 앉아 대출되지 않는 기간을 파악하면 반감기를 알수 있는데

분야마다 반감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브스만에 의하면 도서관의 장서 중 가장 긴 반감기를 가진 도서는 물리학 분야로 평균 13.1년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기초학문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졌던 공식이나 원리들이

13년만에 새로운 것으로 대체된다니 조금은 어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오늘의 진실이 내일은 거짓이 된다?

오늘 그렇게 우리 마음을 들뜨게 했던 정보가 머지 않아 오류투성이나 가짜로 밝혀진다?

 

그동안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론> 등을 통해 그러려니 생각은 했지만 좀 더 치밀한 연구를 통하여 이런 결론을 내려준 아브스만이 고맙기만 합니다.

아브스만은 3년 이상이나 시간을 쏟아부어 지식의 탄생, 확산, 전이, 소멸과정을 추적했고

그 연구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입니다.

 

아브스만의 지적 가운데 나를 가장 크게 공감시킨 내용은,

우리가 변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식이 변하는 세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류가 밝혀진 다음에도

낡은 지식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는 지적입니다.

 

그러고 보니 1989년 낮은울타리 시작한 이래

이젠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외치고 다녔던 나의 모습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강사로 초빙되어 교회나 학교 등을 방문할 때마다 이젠 새로운 세대를 향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많은 리더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낡은 지식에 매달려 있는 듯한 인상을 여러 번 받았던 게 떠오릅니다.

특히 다음 세대 문제에 관해서, 미디어의 영향에 관해서 지나간 지식이나 패러다임에 매달리지 말고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자고 정말 많이 외쳤지만 너무도 반응이 없거나 애매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그럴 때마다

이러면 머지않아 우리 모두에게 위기가 닥쳐 올 텐데 하던 생각.

 

아브스만의 지적을 참고해서 말하자면 교회에 안 다니는 사람보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

특히 교회 내 교육담당 지도자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더 낡은 지식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진리와 비진리, 지식과 정보를 구분하지 못해 내가 하는 말에 엉뚱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내가 참고하자고 주장하는 지식이나 정보가 완벽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성경에 적혀 있는 주님의 말씀 외에 영원하고 완벽한 건 이 땅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리가 아닌 영역에서 미래 전략이나 N세대 양육에 관해 참고될만한 것들을 분류할 때 아브스만의 지적처럼 낡은 것과 새것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컴퓨터가 발달하고 지식측정방법이 정교해진 시대에 낡은 사고를 가지고 다음 세대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무모해보이기까지 합니다.

교회에서 다음 세대가 떠나는 것이 꼭 지식에 대해 유연하지 못한 자세 때문은 아니지만 어쨌든 중요한 변수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아브스만은 지식 변화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이해하면 오래된 지식이 뒤집히고 새로운 지식이 들어서는 교체과정을 수량화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1969년에 갑자기 일어난 달착륙 사건을 예로 듭니다. 실제로 그 사건은 돌발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었다는 게 아부스만의 주장입니다. 1953년 미국 공군 과학자들이 지난 200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해 비행수단이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 있는 속도에 이르기까지 4년 더 걸릴 것이라고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버드나 미공군 과학자들과의 수준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자료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해 내는 건

N세대 사역자인 나에게도 정말 중요한 역할입니다.

 

뉴에이지를 예로 들어볼까요?

1991년인가 나는 뉴에이지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모아 조사한 뒤 얼마 안 있어 우리나라에도 뉴에이지 열풍이 불것이다. 라고 진단했었죠.

그 전만 해도 이 땅에서 뉴에이지란 단어는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반응은 두 가지였습니다.

한 쪽은 긍정하는 편이었고 다른 한 쪽은 무시하거나 화를 내는 편이었습니다.

처음엔 긍정하며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보였는데

이젠 어느새 무시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교회 내에 세속화의 바람이 불어온 것이라고 나는 진단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에서 발행되는 기독교 세계관 책들을 보니 대부분의 세계관 전문가들이 자기 책의 개정판에다가

뉴에이지 섹션을 새로 추가한 것을 보고 실소를 머금은 적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과거와 달리 뉴에이지를 주류문화로 보고 경고까지 하는데

국내에서는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런 거죠?

맞습니다.

지식의 관성 때문입니다.

오류가 밝혀진 다음에도 낡은 지식에 매달리는 경향.

또는 자신의 과거 경험에 옭아매여 새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

둘 다 오만함이죠.

 

아브스만에 한마디 덧붙여 다시 말한다면, 진리는 영원하지만 지식은 끊임업이 진동한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렇다면 이런 극심한 변화의 시대에 크리스천은 진리를 기준으로 하되 진동하는 지식을 이해, 분석, 추출, 수용, 변혁하는 기술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솔직히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청소년 대신 N세대라는 용어를 써오면서

포스트 모던 시대에 맞는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시간이

아브스만에 의해 조금은 보상 받는 것 같아 반갑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밥 대신 문화라는 용어를 썼고  율법 대신 은혜, 의지 대신 생명력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역설할 수 있었던 것은

지식의 반감기라는 개념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라

주님이 주신 통찰력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통찰력은 생명력에 따라오는 주님의 선물입니다.

통찰력은 사물이나 상황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 아닙니까?

 

주님이 주시는 통찰력은 세상의 모든 변화를 통해서도 감지되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강의 시간마다 내가 즐겨 사용하는 IN THE WORLD BUT NOT OF THE WORLD 라는 문구는

아브스만의 책 중간 중간에서도 번득이는 게 보이는 군요.

그렇습니다.

예수를 구주로 믿는 나는 성경에서만 통찰력을 얻는 게 아니라 세상의 지식을 통해서도 얻고 있으니. 

 

그리하여 오늘 밤은 아브스만의

"지식은 끊임없이 진동한다. 지식의 습득보다 변화하는 지식에 적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

라는 말을  좀 더 묵상한 뒤 자야겠습니다. 

전체 0